[우연찮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조이워막이 같이 찍혔네요(남성분은 마밍인지 간토바인지 모르겠네요)]

 

 

 

드디어 기다렸던 신이 시작되려 했다. 익숙한 'Ensemble des Wilis (Finale part 3)'의 초반부 음악이 나오자 긴장됐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공연에 김기민씨가 객원 무용수로 초빙됐다는 캐스팅 발표를 보자마자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했을지 먼저 떠올랐다.

 

지젤과 그랑 파드되를 하고 난 후 알브레히트가 미르타에게 달려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음악 역시 기저에 깔린 긴장감 높은 리듬을 타고 크레셴도되어 밀려든다. 양옆에 도열해 있던 윌리들의 춤 역시 또 한 명의 제물을 위한 음침한 축제 분위기였다.

 

수면아래 깔려있던 그 리듬이 떠오르 듯 바뀔 때 알브레히트가 무대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뛰어 나온다. 김기민씨의 브리제(Brise)가 시작됐다. 지탱하며 점프하는 다리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마주치는 다리 그리고 일정한 높이의 점프를 박자에 맞추어 스피디하게 추어야 한다.

 

 

 

[Albrecht final(Alessandra Ferri and Mikhail Baryshnikov), 바리시니코프는 오로지 브리제만 한다]

 

 

웃을 장면이 아니지만 감정이 가득 담긴 유려한 춤에 감탄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난 달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으로 공연했는데, 이 안무 대신 '앙트르샤 시스'를 추었다. 그 역시 멋진 춤이지만, 내심 가장 기다렸던 춤을 못봐서 아쉬웠다.

 

마린스키 버전은 '브리제(Brise)'를 춘다고 했고 김기민씨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직접 언급했다. 앙트르샤보다 좋다. 맥락상 알브레히트의 마음을 잘 표현한 춤으로 더 어울려 보인다. 영상을 보면 브리제를 하고 앙트르샤도 같이 하는 무용수가 있어 기민씨도 혹시? 했지만 욕심이었다.

 

막이 내려갈 시간! 윌리들과 못내 아쉬워하는 미르타 그리고 지젤 마저 사라지고 기민씨 홀로 무대에 남겨진 라스트 신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오늘 공연은 내게 <지젤> 이 아니고 <알브레히트> 였다. 작년 11월 <백조의 호수>로 봤던 지크프리트 왕자역보다 춤이 많아 기민씨의 매력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았다.

 

 

 

[Albrecht final(Giselle-Alina Cojocaru,Albrecht-Manuel Legris), 마뉴엘 레그리는 브리제와 앙트르샤를 함께 한다]

 

 

슈퍼스타 캐스팅의 단점도 접했다. 작년 <백조의 호수> 파트너로 출연한 테레쉬키나의 춤과 연기는 기민씨에 비해 손색없어 극을 이끌어 가는 균형이 잘 맞았다. 마린스키 프리모스키의 군무는 논외로. <지젤>은 무게 중심이 여자 주인공에 쏠려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매드신마저 좋게 말하면 담담했다. 미쳐서 죽기 직전인데 담담할 수 있을까? 김기민씨가 나오면 집중되고, 예카테리나가 나왔을 땐 산만해졌다.

 

MR임에도 음악과 척척 맞아 떨어진 유니버설발레단 군무를 보며 이번 공연을 위해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했을지 상상됐다. 마초 힐라리온이 생활 연기 같았던 이동탁씨 춤은 힘차고 당당해서 시원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또 있었는데, 1막 'Galop' 음악에 맞추어 6인무를 추던 한 발레리나였다. 왼쪽에서 세번째 위치했었다. 마을 축제라 흥겨운게 당연하지만, 춤추는 그 자체로 너무나 즐거워보였다. (프로그램북으로 이름과 사진을 대조해 보았지만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대연출은 평범했다. 프로그램북도 내용이 그리 알차지 않은데 만원이나 하다니. 사전에 예고되었지만 MR은 역시 아쉬웠고, 공연 시작도 설명 없이 늦었다. 문단장님의 작품 해설로 시작하는데 굳이 늦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유니버설 아트센터는 생각 외로 아기자기했고, 무대는 잘 보였다. 조금만 더 아이디어를 내면 발레 공연에 특화시킬 수 있을 거 같다.

 

 

 

[Grand Pas de deux (Zakharova and Roberto Bolle), 그랑파드되 후에 로베르토 볼레는 오로지 앙트르샤만 한다]

'10분 50초부터 나옴'

 

 

 

[유니버설발레단 커튼콜 사진, 윌리들]

 

 

 

 

[유니버설발레단 힐라리온의 이동탁씨]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씨와 예카테리나]

 

by 왕마담 2018.04.3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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