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도 2018년 국립현대무용단 첫 정기공연은 호기심이 땡겼다. '신나는 재즈랄 수 있는 그 춤이 맞나?', '오~대박' 보자마자 얼른 예매부터 했고, 슬슬 무용단의 마케팅이 여기저기 보이자 내가 생각했던 흥 넘치는 그 스윙이 맞았다.

 

현대무용단이 스윙댄스라니. 게다가 MR이 아닌 라이브 밴드의 연주까지. 미국 본토가 아닌 스웨덴 출신이라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리드미컬한 트럼펫 금관 악기와 두근거릴 드럼 연주가 기대됐다. 그러나, 첫 무대는 평범했다.

 

초저녁 클럽은 김빠진 콜라같다. 비트 빠른 음악이 깔려 있지만 썰렁하다. <스윙>의 시작이 그랬다. 이태원의 미군 클럽같은 느낌이 드는 'in the mood' 음악에 맞추어 툭 던져진 조명 속에 굳이 무용단이 아니어도 유튜브만 찾으면 볼 수 있는 그저 스윙 댄스였다. 녹음된 음악 같아서 '어? 밴드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갸웃거렸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예고편]

 

 

 

클럽도 마찬가지겠지만 본격적인 흥은 라이브 밴드의 출연이다. 첫 무대 후 얼마간 암전이 지나가니 오늘 음악을 책임질 '젠틀맨 앤 갱스터즈'가 무대 중앙 뒷편에 자리잡았다. 전방 양 옆에 롱체어를 두고 무용수가 앉아 쉬거나 대기하며 다른 무용수 춤을 구경했다. 클럽처럼.

 

다음 곡이 연주되자 공연은 진짜가 됐다. 미국에서 스윙이 유행했던 1930~40년대 스타일의 깻잎 헤어와 의상은 처음에 어색했으나 공연이 무르익으며 점차 자연스러웠고 또한 그 멋이 살아났다. 마치 영화 <히든 피겨스>의 배우들 스타일과 비슷.

 

꾸밈없는 무대로 투박하게 시작했지만 움직이는 스포트라이트와 여러 색상의 조명들이 그나마 다채로움을 도왔다. 평범해보였던 스윙댄스는 점차 현대무용이 덧입혀지며 변주했다. 무용수 배치도 다양해지고 바흐의 푸가처럼 시간차를 두어 같은 동작을 다른 무용수가 반복하기도.

 

 

 

 

 

 

 

시종일관 빠른 호흡에 큰 동작으로 이루어진 춤이 거침없다. 남녀 파트너를 기본으로 하지만 지루해질 즈음 여러 군무를 이루어낸다. 복잡한 동선에도 꼬임없었다. 무대 연출이 단촐했던 건 오로지 춤과 음악만으로 화려해지기 때문이었을까? 박수가 절로 나오고 어깨가 들썩였고 발구름과 머리가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밴드 리더는 음악을 연주했고 노래도 부르며 멘트까지 했다. 영어로 얘기해서 남들 웃을 때 같이 웃음. 마치 클럽인 듯 손님들에게 유머도 섞은 넉살스러움에 무용수만큼 인기를 듬뿍 얻었다. 총 16곡을 라이브로 연주했는데 마지막 곡 'sing sing sing'에 이르러 가장 익숙하고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에 콘서트장이 되었다.

 

관객의 박자 박수가 (나는 계속 엇박자가 나오는....쿨럭^^) 음악과 어우러졌다. 그 흥에 신명난 무용수들의 춤은 휘파람과 함성을 불렀다. 댄싱9으로 알게된 최수진씨와 안남근씨는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팬이 된 다른 무용수가 생겼다. 현대무용과 스윙은 물론 발레와 브레이크댄스 게다가 막춤까지 매력이 넘쳐 눈을 뗄 수 없었던 현대무용가 김민진씨였다.

 

 

 

[Sing Sing Sing]

 

 

 

하지만, 앵콜 댄스 타임까지 지나간 후 남겨진 흥은 고스란히 집에까지 따라왔따. 클럽에 다녀온 듯한 공연을 보고 난 후 오래간만에 클래식이나 발레음악이 아닌 재즈를 플레이했다. 그제서야 안무가 안성수씨가 이 공연을 왜 기획했을까 싶었다. 

 

스윙이 미국 흑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던 음악이었던 점을 비쳐 생각하면, 그는 아마 거칠게 바쁜 일상이 휘감아 피로해진 우리나라의 관객들에게 즐거운 놀이를 던져주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굳이 의미를 찾으면 그렇지만, 오래간만에 두근거리는 시간 신나게 잘 놀았다.

 

 

 

by 왕마담 2018.05.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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