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그리고 위태로운 순간들을 위한 철학'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책, <삶을 사랑하는 기술, 철학을 권하다>를 읽었습니다. 한 달 넘게 읽었는데 상당히 오래도록 본 듯한 느낌이 들어요. 350여 페이지이니 전에 읽었던 인문학 서적보다 분량이 더 많기도 했습니다.

 

'서양 철학'에는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편입니다. 접했던 책들은 보통 유명한 철학자 위주로 어떤 사유를 통해 그 개념에 도달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은 철학자에 대한 소개는 짧은 편입니다. 길어야 챕터 하나를 차지할 뿐이죠. 대신 그 철학을 통해 지은이가 어떤 도움을 받았고 활용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가 그 자신이 '공황발작' '신경쇠약'을 앓았던 이력을 갖고 있어요.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p23).' 이러한 정서 장애를 치료받기 위해 그가 택했던 건 바로 '인지행동치료'였습니다. 점차 효과를 보았고 현재도 회복 중이라는 점을 밝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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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를 처음 만났을 때 익숙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철학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던 거죠. 작가는 그 기원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아론 벡 과 인지행동심리학자들을 인터뷰하고 고대 그리스철학에 대한 공부를 했네요.

 

정서 장애에 대한 시각에서 정신분석과 중요한 차이를 말하는데, 원인은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닌 본래 갖고 있던 해롭고 불합리한 '믿음'에서 기인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믿음을 관찰하는 데에 사용한 방법이 '소크라테스적 방법론'이었어요.

 

가치가 있어야 믿게 됩니다. 속해 있는 사회에서 영향을 받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깨어있어야 받아 들이는 가치에 대해 합리적인지 따져 볼 수 있지요. 철학을 객관적으로 사고를 정립할 수 있는 기술로서 대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행할 수 있는 의술의 한 형태이며, 이것이 바로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p27)'

 

 

[아테네 학당 by 라파엘로]

 

3.

철학을 말하지만 실제 삶을 대하는 마인드를 어떻게 가질지에 대한 책이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그들이 주장했던 핵심 개념들을 통하여 일상을 어떻게 대할지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어느 학파 하나에만 함몰되지 않고 잘 살기 위해 필요한 비교와 대립을 이용하고 있어요.

 

소크라테스의 질문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비합리적인 무의식을 끄집어 냅니다. 다시 합리적인 의식으로 만들 수가 있죠. 이 사고 기술은 곧이어 등장하는 스토아학파들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적대적 경쟁선상에 있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쾌락주의도 가지고 오죠.

 

개념적 학파에만 치우치는 것도 아닙니다. 우주 본질을 탐구했던 헤라클레이토스의 이오니아학파를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제시하죠. 철학적 통찰을 금언이나 상징 등을 통해 기억하게 했던 피타고라스와 최초의 회의론자 피론을 통해 건강한 회의를 어떻게 던져야 할지 캐묻습니다.

 

 

[에피쿠로스학파의 쾌락에 대해]

 

 

4.

개인적으로는 플라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좋았어요. 그의 이론은 늘 뜬구름 같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고 실용에 대한 이론을 발표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왜 내세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철학을 권하다>를 통해서 그의 근본 사상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부분이 전체와 절대적인 것과 관계를 맺는 방식(p253)'이지요. 가장 고결한 욕망은 신에 대한 갈망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신에 가까이 가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요. 그에게 내세는 완성된 삶을 말하는 건 아닐까요?

 

실제 사용했던 기술이 소개되어 반가웠습니다. 신경 쓰이는 일, 망설임, 실수에 의해 창피를 느낄 때 사용하던 '큰 그림 효과(p156)'입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권하는 저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색하는 기술'이죠. 우주 저 편에서 ''를 바라 봤을 때 이 고민거리들이 작은 모래알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해지고는 했습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by 옥주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인정에 목말라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거기에 도움을 받았던 기술은 디오게네스였습니다. 문명이 생기고 유지되는 이유와 견유주의가 주는 메시지 중 타인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른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됐어요.

 

더 사유하게끔 만든 챕터도 있었는데 '플루타르코스가 원하는 역사 속에서 영웅을 찾는 기술'입니다. 그가 왜 <영웅전>을 지었는지 그 원인은 참 상식적인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기도 했어요. 또한, 그처럼 되고 싶은 나만의 영웅은 누구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카이사르 등이 떠오르네요.

 

지루하게 진도가 나가지 못하는 순간들에도 책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철학 즉, 이론과 개념이 어떻게 기술이 되어가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 덕분이었어요. 적지 않은 책을 읽지만 그 만큼의 긍정적 변화를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건 아마 어떻게 기술로 만들어 적용할지를 몰라서였겠지요. 그 힌트를 조금은 배웠다고 할까요?

 

 

by 왕마담 2015.01.03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