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는 요즘 많이 바쁘시지요? 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술을 멀리 하니 자연스레 약속도 줄어 들었습니다. 덕분에 차분한 연말을 보내고 있어요. 이 즈음 꼭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보낸 해를 곱씹고 오는 해를 어떻게 살지 그려보는 거죠.

 

2014년은 뜻대로 살려고 많이 노력한 듯 해요. 그 어떤 해보다 취미 생활에 듬뿍 빠져 지냈습니다. 노래 부르고 음악을 알고 싶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플라멩코에 빠졌었지요. 뮤지컬과 영화, 공연 등 문화 생활을 즐겼고 그 감명과 울림을 남기기 위한 글쓰기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나만의 사명을 찾고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관념 수준이었어요. 올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허공에 떠있는 비전이라는 왕궁 사이에 취미라는 계단을 놓아 흥겹게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인 듯 해요. 깃발로 향하는 지금의 일상 하나하나가 곧 삶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사랑하는 이성을 만들지 못했고, 트라우마를 힘껏 끌어 안지 못해 어머니에 대한 앙금이 남아 더 챙기지 못했어요. 원어민과 깊은 속 얘기도 하고 싶은 도구로의 영어는 여전히 안부 인사만 하는 수준입니다. 잠은 더 늘어났고 운동은 더 안 하게 됐어요.

 

올해 가장 큰 성과는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는 일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실수하면 잠도 쉽게 이루지 못했는데 '~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하며 잊었고, 책임 대신 자유(예를 들면, 일 대신 휴가)를 택하며 빙그레 웃었어요. 자기계발이나 룰을 따르지 않으면 불안하기 일쑤였는데 그러지 않았도 괜찮다는 걸 느꼈습니다.

 

평안했지만 때론 해롭기도 했습니다. 자기 관리에 실패하는 날이 점차 늘었어요. 아침마다 늦잠으로 운동은커녕 지각하기 일쑤였습니다. 일을 적당히 하며 ''를 챙기느라 동료들에게 불안함을 주었어요. ''에 대한 디스가 많은 자리는 피하여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괴롭지는 않아요. 의식하기 때문에 잘 보듬어 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생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 잘 살고 있구나 싶어요.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도 말입니다(올해 하도 이 말을 많이 들어서요).

 

내년에 새로운 (개인)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 라고 말할 친구들이 눈에 떠오르네요. 이번은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해서도,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죠. 땡기는 분야에 대한 공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모습이 하나 더 있어요. 자기계발은 늘 뭔가가 되기 위해 했습니다. 네트워크 전문가, 영화감독 등의 직업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와 같은 직군을 위한 공부였죠. 지금은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묻습니다. 관심과 호기심이 가르키는 방향을 찾고 채워나갈 때 일상도 풍성해진다는 생각이죠.

 

회사에서 전혀 기대치 못했던 이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하도 뜻밖이라 순간 저도 이 말을 했어야 하는데 '네, 팀장님도요~'라는 말만 간신히 했어요. 바보 같았습니다. 그까짓 인사인데. 한 편 진심을 담은 인사를 얼마나 해봤는지 반성케 하네요.

 

진부할지 모르지만 진심을 담아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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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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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영화 <파가니니>에 출연했던 바이올리니스트 David Garrett의 Viva La Vida]

by 왕마담 2014.12.30 0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