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분위기를 조금 가라 앉히면 연말은 어떻게 살았는지 검토하기에 적당하고, 연초는 어떻게 살 것인지 그려보기에 적합합니다. 새해 첫 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아마 새벽에 일어난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푹 잤어요.

 

느즈막하지만 개운하게 일어나 TV를 보며 멍 때리다가 밥 먹고 PC 앞에 앉았습니다. Gmail을 확인했어요. 2015 1 1일 새벽 1 10분에 첫 메일을 받았습니다. 마음 편지 답장이었어요. 기분 좋았습니다. 스팸이나 광고가 아닌 아는 사람이 직접 쓴 편지로 한 해를 시작했다는 게 의미로워보였어요.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어 천천히 골랐어요. '2015년의 첫 영화, 무얼 볼까?' 싶었습니다. 슬프거나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것보다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걸 보고 싶었는데 선택하기 쉽지 않았어요. 아껴둔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볼까 싶었지만 저녁에 신년음악회가 있으니 그건 Pass.

 

쭉 훑어 보니 <Jobs>가 보이더군요. 아이폰과 맥북을 쓸수록 만족도가 높아 스티브 잡스는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도 일었어요. 다큐멘터리와 비슷했습니다. 애플의 창업과 승승장구 그리고 IBM MS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고 다시 지금(영화에서는 2012)에 이르기까지 담담하게 표현했어요.

 

극적인 재미는 떨어졌지만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가치 실현을 위했던 열정을 봤습니다. 감염되는 듯 했어요.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 세우기에 마음이 적당하게 예열됐습니다. 단골 카페에 가며 올해 처음 들은 음악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승환씨의 <물어본다>였습니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봤습니다. '재미있게' 였어요. 그 대답은 주관적이라 무엇을 원하는지 더 들여다 봐야 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은 '어떤 재미를 원하는 거지?' 묻고 '뮤지컬 관람하기', '여행가기', '일 효율적으로 해서 성과내기' 등 질문의 답을 글로 쓰는 거죠.

 

대답들을 쭉 쓴 다음 개념적인 건 구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하기'란 목표는 '매주 3일 이상 운동 30분 이상 하기'로 풀어 썼어요. '뮤지컬 관람', '성악 취미'와 같이 비슷한 건 그룹핑하여 10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작년까지 이 계획을 세우는 데 하루 이상 걸렸는데 올해는 두어 시간 만에 끝났네요.

 

2015년 첫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2015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였어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이 음악회를 메가박스에서 Live 실황으로 상영했습니다. 작곡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음악을 위주로 흥겹고 신나며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새해에 대한 소망에 대해 잘 풀릴 듯한 기대를 주었어요.

 

처음 손에 든 책은 '두려움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마인드 컨트롤 10단계'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도전하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였습니다. 읽은 책이지만 용기를 되새기기에 좋았어요. 새로운 해 첫날 본 첫 영화와 공연, 들었던 첫 음악, 읽었던 첫 책을 신중하게 택한 건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의식행위였습니다.

 

계획 세우기가 수월했던 건 아마도 마인드의 변화 때문이었던 듯 해요. '좋은 일들이 내게도 생기겠지?'라며 새해에는 행복한 일들이 가득 생기길 바랬습니다. 몇 십 년을 이렇게 보냈지만 그런 일들은 그냥 다가 온 적은 없었어요. 뭔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좋은 일들이 생겼을 때를 떠올렸어요. 군대에서의 터닝포인트, 취업과 야간대 졸업,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독서 모임을 통한 자기 발견, 성악과 음악에 대한 취미 등, 머리가 환해졌습니다. 떠밀린 상황이나 절박한 상황에서마저 나의 선택과 행동에서 찾아왔어요질문을 바꿨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일들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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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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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5.01.0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