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2017년 첫 정기연주회 in 롯데콘서트홀]

 

 

 

KBS교향악단은 2017년 첫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으로 <말러 교향곡 3>을 연주했다작년 <만프레드 교향곡>(712회 정기연주회)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후 그들에게 받는 감동이 남달라졌다말러 3번 교향곡은 무려 100여분, 1시간 30~40분 연주 시간이 소요된다. 예습을 위해 음원을 들어도 한 번에 모든 악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좋아하는 1번 교향곡에 비해 임팩트가 약한 듯 싶었다특히, 마지막 악장이 왜 그리 느린지 이해할 수 없었다. 1번 교향곡의 힘찬 파이널같은 맛이 전혀 없었다비슷했던 건 1악장 뿐이었다말러다운 금관악기의 풍성한 사운드가 듣기 좋았다.

 

곡 해설을 봤더니 3번 교향곡은 그의 신념이 녹아 들어 있는 느낌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빌리우스와의 만남에서 말러는 '오케스트라는 우주의 모든 걸 담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3번 교향곡이 그랬다. 우주를 구성하는 대표 '계절, 초목, 짐승, 인간, 천사, 사랑'이라는 주제를 6개 악장에 나누어 담았다.

 

 

 

 

[2007년 8월 Lucerne Festival 에서 Claudio Abbado 지휘로 연주된 말러 교향곡 3번]

 

 

 

처음 가보는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비해 클 거 같았다. 좌석을 고르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 고르기가 만만찮았다가운데 외에는 어떤 곳이 좋을지 몰랐다실제 가보니 무대를 중심으로 자리가 배치되어 어떤 자리든 중앙이 잘 보이는 구조였다. 그에 비해 예술의 전당은 무대가 스크린 같은 극장같이 생겼다.

 

내가 앉은 자리는 중앙의 왼편인 A구역의 2열이었다. 중앙이 아니긴 하지만 앞자리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가깝게 보였다. 특히, 내 정면에 있는 하프 연주자와 제1바이올린의 뒤편에 앉은 분들은 매우 가까웠다. 음향은 풍성한 울림이었다. 뭉개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샤프한 요엘 레비의 지휘와 함께 금관악기의 울림으로 시작했다. 유독 말러는 금관악기를 잘 쓰는 것 같다. 음원으로 들을 때는 큰 북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그 울림에 이어 콘트라베이스의 트레몰로 주법으로 나오는 낮은 현의 음이 기대에 찬 긴장을 하도록 만들었다.

 

 

 

 

 

 

짙은 어둠으로 컴컴하게 시작하는 1악장의 표제는 '목신 판이 깨어나고 여름이 행진해오는 것'이다점차 경쾌한 멜로디와 무거운 장송행진곡이 번갈아 연주되는데, 휘몰아치며 가슴을 때린다. 중후반 갑자기 연주자들의 출입구가 열렸다. '누가 나가나? 들어오나?' 싶었는데 그 문을 통해 멀리서 (아마 탐탐같은) 군악대가 행진할 때 울리는 리듬이 들렸다. 이후 후반부로 들어서며 특유의 풀 오케스트라가 주는 강한 음 효과를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느낌이 더 많았는데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겠다. 참고로 1악장만 30분이 조금 넘는다.

 

여름이 온 후 초목이 무성한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 2악장이었다. 전반적으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떠올릴 만한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초원에 핀 꽃을 상징한다고. 소란스러웠던 1악장이 정리되거나 해결되는 느낌이었고, 은은하게 흥겹다. 3악장은 이 느낌을 그대로 이어나가며 시작했다.

 

점점 더 풍성한 느낌과 리드미컬했다. 꽃이 아닌 동물들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듯 하다. 표제 역시 '숲 속의 짐승들이 내게 말하는 것'이다. 중반부에서는 2층 객석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울리는 포스트 호른의 소리가 쓸쓸히 울렸다. 자연이 항상 풍요로움과 위안 만을 주지는 않듯, 이후 오케스트라는 긴장케 만드는 소리와 함께 풀 오케스트라로 마무리된다. 말러는 극단과 극단의 표현이라 설명했다.

 

진지함을 던지며 마무리된 악장에 이어 메조 소프라노의 성악으로 시작되는 4악장으로 넘어간다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인용된 가사를 가지고 있다. 고요한 밤을 연상케 하는 오케스트라와 철학적 가사를 입은 성악을 통해 '깊은 밤'의 의미를 묻는 건 아마도 인간의 삶을 빗댄 게 아닐까 싶었다. 매우 무거웠다. 가사처럼.

 

듣자마자 혹했던 5악장은 즐겁고 흥겹다. 4악장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듣는 '천사'의 장은 뭐랄까 은혜로웠다. 소년소녀합창단이 내는 '딩밤 딩밤'이라는 의성어는 마치 하늘이 내는 소리 같았다성인 합창단과 메조 소프라노의 독창이 함께 독일 민요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에 나오는 '세 천사가 노래했다'를 어우러졌다. 죄가 용서되는 느낌을 잘 표현한 듯 하다.

 

 

 

[어린이합창단이 부르는 'bimm bamm'이 인상적인 5악장 도입부분]

 

 

 

보통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은 느리더라도 인상적으로 들리도록 강한 음들을 쓰는 거 같다. 하지만, 말러는 마지막 악장에서 듣는 이를 녹여버린다. 느린 아다지오 템포로 시작하자 마자 전에 듣고 느낀 무수한 감정과 느낌이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듯 하다. 이게 말러가 표현하고자 하는 안식인가 궁금했다. 가슴이 뭉클해지며 20여분간 그가 주고자 한 평화와 정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슴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때리는 영화나 뮤지컬이 아니면 감동을 받더라도 눈물까지 나는 경우는 드문데 시작할 때부터 고이던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멈출 만하면 그의 음악을 통해 무수한 상념이 떠오르고 뭘 그리 졸렬하게 살았는지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계속 아다지오의 느리고 서정적인 흐름만은 아니다. 후반부에서 악기 고유의 소리가 크레센도로 점차 합류되며 만들어지는 오케스트라이션이 주는 감명은 남다르다. 음악은 제쳐두고 음향의 효과만으로도 감동적이다. 특히 금관악기의 영롱한 소리들이 빠른 트레몰로의 현악기와 함께 주는 소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공연장을 나오는 데 삶을 관통하며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영화들 <포레스트 검프>, <인생은 아름다워>, <쇼생크 탈출> 등을 보고 나왔을 때의 느낌을 받는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음악만으로도 그 느낌을 떠올리게 만드는 교향곡이었다.

 

 

 

[말러 교향곡 3번의 Final인 6악장]

 

 

 

<공연정보>

1. 관람일: 2017년 1월 25일 롯데콘서트홀

2. 요엘레비 지휘와 KBS교향악단 제714회 정기연주회

 1) 메조소프라노 Susan Platts(수잔 플라츠)

 2) 고양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3. 프로그램

 1) G.Mahler Sysmphony No.3 in d minor (말러 교향곡 3번)

 

 

 

by 왕마담 2017.03.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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