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엘레비가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 701회 정기연주회를 12 10일 목요일 예술의 전당   관람했습니다. 프로그램 중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 '합창'이 있어 확인 후부터는 부쩍이나 기대되는 공연이었죠. 그 앞에는 브람스가 단 한 곡만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됐습니다.

 

합창 교향곡은 4악장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라도 들어봤지만, 브람스의 음악은 생소해서 예습을 했어요. 후기 낭만주의 대표 음악가인 그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소 흠모하던 슈만이 그의 음악을 듣고 비평집을 통해 극찬을 쏟아내며 친분을 쌓아 갑니다.

 

바이올린 연주 시 턱으로 괴어 왼손을 자유로이 연주할 수 있는 법을 개발했던 비르투오조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과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죠. 존경하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모델로 생각했지만,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연주하는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2>에 감명 받으면서 본인도 만들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바이올리스트: Lisa Batiashvili, 지휘자: Christian Thielemann, 오케스트라: Staatskapelle Dresden]

 

 

2.

작곡 와중 요하임과 자주 편지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브람스가 작곡한 곡에 독주 부분이 어렵다고 불만을 가졌다고 합니다. 연주회 가기 전 음반으로만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KBS교향악단과 함께 독주를 맡은 에스더 유의 연주를 보며 투덜거렸을 요아힘이 떠올랐어요.

 

오케스트라의 부드러운 시작에 이어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될 때는 송곳이 갑갑한 틈을 뚫고 나오는 듯 짜릿했습니다. 높고 날카로운 현 느낌 생생하게 개선 장군에게 바치는 듯한 리듬과 멜로디로 맞이해주는 듯 느꼈죠. 맞추어 부드럽게 감싸 안던가 흥을 더 높여주는 등 유려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집니다.

 

관악기들의 우아하지만 음으로 먼저 시작하지만, 쓸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2악장, 독주 역시 슬픈 모습이었죠. 대립하듯 현악기가 이끄는 3악장은 경쾌합니다. 하지만, 억제된 듯한 열정 같았어요. 그런 느낌 때문일까요? 요하임의 독주와 브람스의 지휘로 초연 당시에도 관중들이 경의를 표했지만 열광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지휘 요엘레비의 KBS 교향악단과 바이올린 독주의 에스더 유, 출처: 구글이미지]

 

 

3.

브람스 자체의 내성적인 성격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싶었죠. 현란하고 힘찬 솔로 바이올린과 그 힘을 부드럽게 감싸는 오케스트라의 대화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 관람할 때 주변 소음이나 부스럭거림 등의 들뜬 분위기를 싫어하는 데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을 정도로 집중됐습니다.

 

미리 들어보고, 악보를 찾아보고, 작품과 작곡가에 대한 이력을 확인하는 등 예습했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죠. 악보는 A4 용지로만 총 100여장이 훌쩍 넘었습니다. 1~3악장 앞 부분만 Copy를 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Score를 보니 알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친밀함이 훌쩍 높아지는 걸 느꼈죠.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무려 300 페이지가 훌쩍 넘더군요. 익숙하지만 알지 못하다는 걸 느꼈어요. 흔히 우주의 탄생이라고 설명되는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그리고 조금 위엄 있게)의 신비스러운 도입부 악보는 단순해서 '이런 악보에서 그런 음이 나오는 건가?' 신기했습니다.

 

 

 

[Leonard Bernstein이 지휘하는 빈 필 하모닉의 Beethoven Symphony No 9 D minor]

 

 

4.

순간순간 흠칫할 정도로 쾌감을 주는 북 혹은 팀파니의 울림이 기억에 남았어요. 현과 관악기의 멜로디 속에 나오는 타악기의 힘찬 두드림에 흠뻑 묻혔습니다. 환희의 선율이 간혹 들리면서 기분 좋은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혼란스럽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시작할 때 찾아오는 의심에서 오는 혼돈스러운 느낌이었죠.

 

많은 곳에서 주요한 특징으로 꼽는 활기찬 스케르초 형식의 2악장 Molto vivace(매우 빠르게)가 시작되니 자연스레 어깨가 들썩입니다. 춤추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8월말 경 서울시향 연주회때 들었던 베토벤 교향곡 7 3악장 느낌도 들었습니다. 심각한 1악장을 비웃는 '작곡가의 유머라는 게 이런건가?' 싶었지요.

 

곧이어 가장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3악장 Adagio molto e contabile(아주 천천히 그리고 노래하듯 매우 부드럽게)이 연주되는 순간 녹아 들었습니다. 마음도 몸도. 온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느낌이었죠. 브람스부터 시작하여 합창의 1악장과 2악에 이어진 베토벤의 Adagio 감성은 지나온 어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KBS 교향악단 합창 연주 모습. 출처:구글이미지]

 

 

5.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특히 누군가를 미워했던 순간 등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들이 떠오르며 그 기억들이 가슴으로 사뿐히 내려 앉고 있는 듯 느꼈습니다. 이제야 안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된 듯. 순간 귀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을 베토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음악을 만들었을지 조금 느껴진 듯 했습니다.

 

본인의 성찰과 꿈 그리고 지금 순간을 음악에 담은 게 아닐까 싶었죠. 1악장이 본인이 태어나며 아버지로부터 순간순간 느꼈던 오늘의 모습을 담았다면, 2악장에서는 음악으로 꿈꾸는 내일을, 3악장에서는 이미 지나온 어제를 보았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것들을 품 안에 안은 게 마지막 악장 Presto; Allegro molto assai(매우 빠르게; 빠르고 더욱 빠르게) 같았어요. 1~3악장의 주요한 부분이 변주된 듯 연주됩니다. 이내 익숙한 환희의 선율이 시작되며 음악적 요소가 통합되죠. 이후 성악이 나오며 인간이 음악 속에 나타나고, 이내 기악과 성악 모두가 환희의 찬가로서 하나로서 느껴집니다.

 

 

 

[환희의 선율, Beethoven Symphony No 9 D minor. 4th movement]

 

 

6.

우주라는 거대한 철학으로 이 곡을 풀어내는 해설들이 말하는 거창한 교향곡임은 말할 게 없겠죠. 달리 제가 느낀 건 어제와 내일 그리고 오늘을 모두 안았을 베토벤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보는 듯 느껴졌어요. 더 나아가 '합창 교향곡'을 통해 감상하는 청중에게도 그 자신이 느꼈을 환희의 순간을 선물해주는 듯 느꼈습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까지 거의 2시간 가까운 동안 오직 '음악' ''에게만 집중된 시간이었어요. 아직은 다른 지휘자나 교향악단과 비교하여 감상할 수 없고, 작곡가나 음악적 구성 요소 등 공부가 미숙해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지금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음이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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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네이버캐스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2. 프로그램북

3. 공연일: 2015년 12월 10일(목)

 

 

by 왕마담 2016.01.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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