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하면 '축배의 노래'가 떠올랐지만, 작년에 내한했던 디아나 담라우 공연을 예습하며 바꼈어요. 뜻도 모르고 들었던 'E strano! e strano!(아~ 이상해라 그이던가!)' 와 연이어 나오는 'Follie! Sempre libera(언제까지나 자유롭게)', 이 두 곡에 마음을 온통 빼았겼습니다. 실제 담라우가 라이브로 부를 때는 열정이 넘쳐 훨씬 더 화려했어요.

 

알고 보니 그녀는 그 곡들에 남다른 정열을 쏟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락 가수를 꿈꾸던 시절 1981년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라 트라비아타>를 보고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세웠으니까요. 신기했습니다. 같은 작품을 메가박스 필름 오페라 기획전으로 관람했습니다. 제피렐리는 베르디의 프리마 돈나 오페라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그는 담라우에게 어떤 감명을 주었을까요?

 

젊었던 플라시도 도밍고를 만나러 갔다가 모습 만으로도 이미 비올레타였던 테레사 스트라타스에 빠졌습니다. 폐결핵에 걸렸지만 눈부신 코르티잔 생활을 보여주는 첫 막에 걸맞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모습으로 눈과 귀를 함께 사로 잡혔죠. 원작대로 화려하지만 어쩐지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을 주는 연출이 독특했습니다.

 

위에 썼던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마음을 빼앗겼던 아리아는 알프레도의 순진하지만 저돌적인 사랑에 흔들리는 마음과 그 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짐작케하는 강렬한 거부의 노래였어요. 어쩐지 귀부시지만 절실하게 들리더라구요.

 

 

 

[조안 서덜랜드와 파바로티가 함께한 음반의 Dell' invito trascorsa e gia l'ora]

 

 

 

전주곡은 극의 전체 분위기를 담은 듯 한데, 처연한 슬픈 왈츠 선율을 닮았습니다. 아름다운 초상화와 딴판인 몸져 누운 비올레타가 앵글에 잡힙니다. 곧, 알프레도와의 사랑을 회상하듯 분위기를 일신하는 'Dell'invito trascorsa e gia l'ora'가 시작하죠. 초반에 나오는 신나는 테마는 코르티잔의 파티를 대변하는 테마같은데, 독특한 리듬의 선율이 그녀처럼 매력적이라 중독되었습니다.

 

음원으로 들을 때도 좋아하던 전주곡을 건너뛰고 이 곡부터 들을 때가 많아졌어요. 이제는 'Libiamo ne'lieti calici (축배의 노래)'보다 더 신나요. 알프레도로 영화배우 빰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도밍고는 외모와 소리까지 매력이 철철 넘치고, 여린 마음마저 느껴지는 인상을 갖추었으니 비올레타에 이어 적격의 캐스팅입니다.

 

1막이 화려한 생활을 누렸던 코르티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2막은 대비되죠. 진정한 사랑을 위해 사교계를 떠나 알프레도와 전원생활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로서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생활이었는지 찬찬히 보여주지만, 오래가지 못하죠.

 

 

 

 

 

 

보통 3막에 눈물을 짓는 관객이 많은데, 비올레타로 추앙받고 있는 칼라스의 공연을 보면 2막부터 눈물샘 자극을 받는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들어보았는데, 여전히 앙칼져보이기까지 하는 소리는 쾌감을 줍니다. 녹음 상태가 별로라 아쉬웠죠. 파바로티와 함께 실제 공연에서는 어떠했을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에 비해 칼라스의 모든 걸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몽세라 카바예 소리는 안정적으로 부드러운데 여린 고음에서 감정이 잘 전달됐어요. 2003년에 공연했던 안나 네트렙코의 음성은 힘차고 풍성했습니다. 주요 아리아를 들으며 감명을 주는 울림과 느낌이 소프라노들마다 달라 그 사실 역시 즐거워요.

 

2막은 또한 알프레도의 아버지 조르지오 제르몽이 부르는 아버지의 대표 아리아 'Di Provenza il mar, il suol(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가 유명합니다. 자수성가하여 어느덧 고집쟁이가 되어 버린 시골 신사를 코넬 맥닐이 연기하죠. 이 분도 인상이 배역에 잘 어울렸습니다. 신사라 칭한 건 나중에는 그나마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디아나 담라우 Estrano...Ah forse lui...Sempre libera]

 

 

 

다시 파리로 옮겨간 3막에서는 스트라타스와 도밍고의 연기가 합을 이루고 또한 충돌하며 폭발하죠. '과연 코르티잔이었던 비올레타를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원작에 충실한 연출로 제피렐리가 말하고 싶었던 바는 이게 아닐까요?

 

사랑을 빌미로 복수를 다짐하고 얼굴에 돈을 던지며 경멸을 던진 알프레도의 질투,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명목으로 죽음의 길로 다시 내몬 조르지오의 부성애,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사랑을 빌미로 배신했을 이들, 모두 비올레타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왔겠죠.

 

그럼에도 불구 목전에 죽음을 두고도 알프레도의 사랑과 조르지오의 부성에 안기는 비올레타가 바란 건 딱 그 정도의 사랑일 뿐이었습니다. 'Parigi, o cara(파리를 떠나서)'에서 눈물이 나는 건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보통스러운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라는 사실이 씁쓸했기 때문입니다.

 

 

 

[공연정보: 메가박스 2018년 3월 4일 ~4월 1일 / 수 14:00 (코엑스, 킨텍스, 분당 19:00), 일 14:00 상영]

 

 

 

[2006년 르네 플레밍과 빌라손이 주연했던 Los Angeles Opera의 <La Traviata>]

 

 

Atto I
1:00 - Preludio
4:51 - Dell' invito trascorsa e gia l'ora
10:01 - Libiamo ne' lieti calici
13:20 - Che e cio
15:39 - Un di felice, eterea
22:50 - E strano! e strano!
28:13 - Follie! Delirio vano e questo!

Atto II
34:42 - Lunge da lei per me non v'ha diletto
36:33 - De' miei bollenti spiriti
39:40 - O mio rimorso!
45:13 - Pura siccome un angelo
51:58 - Dite alla giovine si bella e pura
01:02:12 - Dammi tu forza, o cielo!
01:08:36 - Di Provensa il mar, il suol
01:13:45 - No, non udrai rimproveri
01:16:22 - Avrem lieta di maschere la notte
01:23:30 - Alfredo! Voi
01:31:54 - Di sprezzo degno se stesso rende

Atto III
01:40:35 - Annina
01:48:48 - ''Teneste la promessa''... Addio del passato
01:55:38 - Largo al quadrupede
01:56:24 - Signore... Che t'accadde
01:58:00 - Parigi, o cara
02:06:16 - Ah Violetta?

 

by 왕마담 2018.03.18 10:00